pp.166-167
정치란것이 얼마나 더럽고 비열한 사업인지를 알고 있지만, 그것에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딜레마에서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대개 모든 선택, 심지어 모든 정치적 선택조차도 선과 악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고, 만약 어느 하나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무조건 옳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유치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치에서 두 개의 악 가운데 어떤 것이 덜 악한 것인지에 대해 결정할 뿐이며 그 이상의 것은 결코 할 수 없다.
<조지 오웰이 문학잡지 "정치적 문학(Politics and Letters)" 여름호에 실었던 에세이 중 일부>
☞ 조지 오웰,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어린 시절, 아마도 6월 25일로 기억한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었기에 이유는 몰라도 좋았던 날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본 "동물농장(1954)"이라는 만화를 본 이후 공산당이 막연히 무섭다고 느끼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공산당이 무서운 존재라는 것만을 각인시켜 준 만화였다. 해당 만화가 나온 시점이 1954년임을 감안하면 냉전시기 자유진영 쪽에서 반공을 위해 만들었음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IMDb에 보니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더불어 어린 나에게는 그 효과가 굉장했다.
☞ 소설을 읽게 된 것은 한참이 흘러서였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어릴 때 받았던 그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더 신랄하게 말이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있다. 무서운 것은 공산당이 아니라 권력자였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이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어떤 인간들이냐에 따라 좋은 나라도 지옥 같은 나라도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선거를 통해 어떻게든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읽다가 보면 소설을 읽는 것인지 소련의 역사를 읽는 것인지 햇갈린다. 아니 바로 우리 윗동네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의도한 것도 바로 그런한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이런 작품의 출간이 거부되었다는 것 또한 재미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작가의 에세이 중 위에 적은 내용이 더 마음에 와닿는것 같다.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묘하게 중첩되면서 말이다.
(출처: "Animal Farm(1954)"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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