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뵐 (Heinrich Boll) 장편소설 / 홍성광 옮김
열린책들 세계문학 158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10 / 10.
일단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난해한 문장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사실 시대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꽤 있었다. 특히 '드로기스트(Drogist)'가 왜 그렇게 많이 언급되었는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에 쉽게 동화되며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다.
더불어 책의 마지막 역자해설(열린책들, 홍성광 옮김)에서는 미쳐 내가 알지 못했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되어 있었다. 특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불공정한 주택 배정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역자 해설을 읽다 보면 과거 하인리히 뵐이 저항했던 독일의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많이 겹치는것 같다. 부의 불공정한 분배와 가난의 대물림, 특히나 주거 문제...
하인리히 뵐의 사망 후 뵐의 동료였던 도로테 죌레(Dorothee Solle)의 추모시가 독일에서 뵐이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잘 나타내는 것 같다. 아래는 책에 나온 추모시를 옮긴 것이다.
하인리히 뵐이 눈을 감았을 때
무장하지 않은 군중에게
경찰이 쏘아 대는 총탄으로부터
이제 누가 나를 지켜 줄까
최루 가스로부터
누가 내 눈을 지켜 줄까
입을 막는 몽둥이로부터
누가 내 목소리를 지켜 줄까
Boenisch & Co.의 생각으로부터
누가 우리의 오성을 지켜 줄까
또한 절망으로부터
누가 우리의 마음을 보호해 줄까
추위로부터
누가 누리의 절망을 보호해 줄까
지나 시절의 빵과
죄책감과
눅눅한 냄새를
지금 누가 우리에게 기억시켜 주는가
비좁은 집의 잡동사니와
나누어 피우는 담배의 성찬식
그대가 예의라 불렀던
이런 종류의 원수에 대한 사랑을
지금 누가 우리에게 기억시켜 주는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이제 누가 우리를 보호해 줄까
절망에 빠진 나를
누가 위로해 줄까
점점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물가물 빛나는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하늘 아래
승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눈물이라도
누가 우리에게 약속해 줄까
무장하지 않은 우리를
누가 강하게 해줄까
우리를 위해 누가 기도해 줄까
(이미지: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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